생활건강

근력운동 후 지연성 근육통(DOMS)의 생리학적 원리

지식정보 2026. 3. 8. 19:59

운동하고 나서 근육이 아픈 건 젖산이 쌓여서다. 이 설명은 오랫동안 상식처럼 퍼져 있었다. 피트니스 커뮤니티에서도, 심지어 일부 의학 교재에서도 이렇게 가르쳤다. 그런데 이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

젖산은 고강도 운동 중 급격히 증가하다가, 운동이 끝나고 30~60분 이내에 대부분 제거된다. 반면 지연성 근육통은 운동이 끝난 지 24~72시간이 지나서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타임라인이 전혀 맞지 않는다. 운동 생리학에서는 지연성 근육통(DOMS, Delayed Onset Muscle Soreness)의 실제 원인을 근섬유의 미세 손상과 그에 따른 염증 반응으로 설명한다.

이 글에서는 DOMS가 왜 하필 운동 직후가 아닌 하루 뒤에 나타나는지, 어떤 운동이 더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지, 그리고 이 통증이 반복될수록 줄어드는 이유까지 생리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1. 근섬유 구조와 미세 손상이 발생하는 지점

골격근은 수천 개의 근섬유로 구성되며, 각 근섬유 내부에는 근원섬유(Myofibril) 가 다발을 이루며 배열되어 있다. 근원섬유의 기본 수축 단위가 근절(Sarcomere) 이다. 근절은 액틴(Actin)과 미오신(Myosin)이라는 두 단백질 필라멘트가 서로 맞물린 구조로, 이 두 단백질이 슬라이딩 운동을 하면서 근육 수축이 일어난다.

문제는 이 정밀한 구조가 큰 기계적 부하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특히 근육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힘을 발휘하는 편심성 수축(Eccentric Contraction) 상황에서 근절 단위의 비균일한 늘어남이 발생하고, 일부 근절이 과도하게 신장되면서 구조적 손상이 생긴다.

수축 유형근육 상태대표 동작DOMS 유발 정도
편심성 수축 늘어나면서 힘 발휘 스쿼트 하강, 계단 내려가기, 덤벨 하강 높음
동심성 수축 짧아지면서 힘 발휘 스쿼트 상승, 계단 올라가기, 덤벨 컬 낮음
등척성 수축 길이 변화 없이 힘 유지 플랭크, 벽 밀기 매우 낮음

계단을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다음 날 허벅지가 더 아픈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올라가는 동작은 주로 동심성 수축이지만, 내려가는 동작은 허벅지 근육이 늘어나면서 체중을 지탱하는 편심성 수축이 지배적이다.


2. 손상 후 염증 반응이 시작되는 과정

근섬유 미세 손상이 발생하면 인체는 즉시 복구 프로세스를 시작한다. 이 복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증 반응이 DOMS 통증의 실질적인 원인이다.

손상된 근섬유에서는 세포막의 투과성이 높아지면서 칼슘 이온이 세포 내로 과도하게 유입된다. 이 칼슘 과부하 상태는 세포 내 단백질 분해 효소를 활성화시키고, 손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와 동시에 손상 신호를 감지한 면역 세포들, 특히 호중구와 대식세포가 손상 부위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 면역 세포들이 손상된 조직을 제거하고 복구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화학 물질이 분비된다.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브래디키닌(Bradykinin), 히스타민 등이 분비되면서 주변 통증 수용체(Nociceptor)를 직접 자극한다. 이것이 DOMS 통증의 핵심 기전이다.

이 과정이 완전히 진행되기까지 12~2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통증이 운동 직후가 아니라 하루 뒤부터 나타나는 것이다. 젖산이 원인이 아닌 이유가 여기서도 명확해진다. 젖산은 이미 사라진 지 수십 시간이 지난 후에야 통증이 시작되는 이 타임라인을 설명할 수 없다.


3. DOMS의 시간적 패턴과 회복 과정

근육통

DOMS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체로 일정한 시간적 패턴을 따른다.

운동 후 경과 시간생리적 상태체감 증상
0~6시간 미세 손상 발생, 면역 세포 이동 시작 통증 거의 없음
12~24시간 염증 반응 확대, 통증 수용체 자극 시작 뻣뻣함, 가벼운 불편감
24~72시간 염증 최고조, 통증 수용체 민감도 최대 통증 가장 심함
3~5일 면역 세포 청소 완료, 단백질 합성 증가 통증 감소, 회복 진행
5~7일 이후 근섬유 재형성 완료 정상 회복

회복 단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위성 세포(Satellite Cell)다. 위성 세포는 근섬유 주변에 존재하는 근육 줄기세포로, 손상 신호를 받으면 활성화되어 손상된 근섬유를 복구하고 새로운 근섬유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단백질 공급이 이루어지면, 복구된 근섬유는 이전보다 더 굵고 강한 구조로 재형성된다. 이것이 저항 운동을 통해 근육이 성장하는 실제 기전이다.


4. 반복 운동 효과 — 왜 같은 운동이 두 번째엔 덜 아플까

같은 운동을 반복하면 DOMS 강도가 현저히 줄어드는 현상을 운동 생리학에서 반복 운동 효과(Repeated Bout Effect, RBE) 라고 부른다. 처음 스쿼트를 했을 때의 통증이, 일주일 뒤 같은 운동을 반복하면 훨씬 약하게 나타난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여러 적응 기전이 동시에 작동한다.

구조적 적응: 첫 번째 운동에서 살아남은 근섬유들은 복구 과정을 거치며 더 강해진다. Z-선(근절의 경계 구조) 단백질이 강화되고 결합 조직이 보강되어, 동일한 자극에도 미세 손상이 덜 발생한다.

신경적 적응: 같은 동작을 반복할수록 운동 단위(Motor Unit) 동원 패턴이 최적화된다. 더 효율적인 근섬유 동원이 이루어지면서 개별 근섬유에 가해지는 부하가 분산된다.

결합 조직 변화: 근육을 둘러싼 근막과 건 조직도 반복 자극에 반응해 강화된다. 이 구조들의 강화는 편심성 수축 시 발생하는 기계적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높인다.

이 때문에 운동을 막 시작한 초보자가 DOMS를 더 심하게 경험하고, 꾸준히 훈련한 사람은 같은 강도에서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 것이다. 단, 강도를 올리거나 새로운 동작을 추가하면 다시 DOMS가 발생할 수 있다.


5. DOMS를 관리하는 실질적인 접근법

DOMS 자체를 완전히 막는 방법은 없다. 미세 손상과 염증 반응은 근육 성장의 필수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회복 속도를 높이고 기능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은 존재한다.

단백질 섭취 타이밍: 운동 후 2시간 이내에 20~40g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위성 세포 활성과 근섬유 복구에 필요한 아미노산이 신속하게 공급된다. 특히 류신(Leucine) 함량이 높은 단백질이 근합성 신호 경로(mTOR)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한다.

능동적 회복: DOMS가 있을 때 완전히 쉬는 것보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나 스트레칭이 혈액 순환을 촉진해 염증성 물질 제거를 빠르게 한다. 통증 부위를 완전히 고정하는 것은 오히려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수면: 깊은 수면 단계에서 성장호르몬이 집중적으로 분비되어 근섬유 복구가 가속된다. DOMS 회복기에 수면의 질을 특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냉온 요법: 운동 직후 냉찜질은 염증 반응을 일부 억제해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단, 냉찜질을 지나치게 오래 적용하면 염증 반응 자체를 억제해 근육 성장 신호를 약화시킬 수 있어 과도한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마무리하며

DOMS는 몸이 망가지는 신호가 아니라, 근육이 더 강해지기 위한 과정의 일부다. 젖산 때문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 염증 반응과 근섬유 재형성이라는 실제 기전을 이해하면, 운동 후 통증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처음 하체 운동을 시작했을 때 이틀 뒤 계단을 내려가지 못할 정도의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엔 내가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한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 기전을 알고 나서는 오히려 근육이 제대로 자극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됐다. 물론 통증이 극심하거나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면 단순한 DOMS가 아닐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적당한 수준의 DOMS는 운동이 충분한 자극을 주었다는 근거이며, 충분한 단백질과 수면으로 뒷받침된다면 근육 성장의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