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근력운동 후 지연성 근육통(DOMS)의 생리학적 원리

지식정보 2026. 3. 8. 19:59
 

스쿼트를 처음 해본 다음 날 계단을 내려가다가 무릎이 풀릴 뻔한 경험이 있다. 운동 직후에는 멀쩡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허벅지 전체가 굳어 있었다. 처음엔 운동을 너무 세게 한 탓에 근육이 다친 줄 알았는데, 주변에서 "원래 그런 거야, 젖산이 쌓여서"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게 틀린 말이다. 지연성 근육통(DOMS, Delayed Onset Muscle Soreness)은 젖산과 관계없다. 운동 중 생성된 젖산은 운동이 끝난 뒤 1~2시간 안에 대부분 제거된다. 통증이 24~72시간 뒤에 절정에 달하는 DOMS의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1. DOMS의 진짜 원인 — 근섬유 미세손상과 염증 반응

DOMS는 근섬유의 미세손상(micro-tear)에서 시작된다. 특히 근육이 늘어나면서 힘을 쓰는 신장성 수축(eccentric contraction) 동작에서 두드러진다. 스쿼트에서 앉는 동작, 데드리프트에서 바벨을 내리는 동작, 계단을 내려가는 동작이 모두 신장성 수축이다. 이 동작에서 근섬유는 장력을 받으며 늘어나는데, 수축성 수축(concentric contraction)보다 단위 근섬유당 부하가 훨씬 높아 미세손상이 더 잘 생긴다.

세손상이 생기면 신체는 즉시 염증 반응을 시작한다. 손상된 세포에서 사이토카인(cytokine)과 브래디키닌(bradykinin) 같은 염증 매개물질이 방출되고, 이것이 주변 신경 말단을 자극해 통증 신호를 만든다. 동시에 백혈구가 몰려들어 손상 조직을 제거하고 위성세포(satellite cell)가 활성화되어 근섬유 수복을 시작한다. 이 염증 과정에 12~2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통증이 운동 직후가 아닌 다음 날 나타나는 것이다. 절정은 48~72시간 사이에 온다.

수축 유형동작 예시근섬유 부하DOMS 발생 가능성
신장성 수축 (eccentric) 스쿼트 앉기, 계단 내려가기, 바벨 내리기 매우 높음 높음
등척성 수축 (isometric) 플랭크, 벽 밀기 중간 낮음
수축성 수축 (concentric) 스쿼트 일어서기, 바벨 올리기 낮음 낮음

2. 통증이 24~72시간 뒤에 오는 이유 — 염증 캐스케이드의 시간표

운동 직후에 아프지 않다가 다음 날 통증이 나타나는 현상은, 염증 반응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방식 때문이다. 미세손상이 발생한 직후 손상 부위에서는 칼슘 이온이 과도하게 유입된다. 이 칼슘 과부하가 근섬유 내부 구조를 추가로 손상시키고, 포스포리파아제(phospholipase) 같은 효소가 세포막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과정이 6~12시간에 걸쳐 진행되면서 손상 범위가 처음보다 커진다. 그 이후 면역 세포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며 염증 반응이 절정에 달한다. 붓기, 열감, 압통이 동반되는 이유가 바로 이 면역 반응 때문이다. 통증의 정확한 절정 시점은 운동 강도와 개인 회복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운동 후 48시간 전후가 가장 심하고 5~7일 내에 자연 소멸한다. 다만 훈련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고강도 운동을 했다면 10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근육통



3. DOMS가 오히려 필요한 이유 — 손상이 적응을 만든다

DOMS를 단순히 피해야 할 부작용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생리학적으로는 틀렸다. 미세손상 후 수복 과정에서 근섬유는 원래보다 더 굵고 강하게 재건된다. 이것이 근비대(hypertrophy)의 핵심 기전이다. 손상 없이는 적응도 없다.

복 운동 효과(Repeated Bout Effect)라는 현상이 이 과정을 잘 보여준다. 같은 운동을 처음 했을 때는 DOMS가 심하지만, 1~2주 후 같은 운동을 반복하면 DOMS가 현저히 줄어든다. 근섬유와 결합조직이 이미 적응했기 때문이다. 이 적응 효과는 운동 후 2~3일만 지나도 시작되며, 한 번 생긴 적응은 수 주간 유지된다.

단,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높은 상태에서는 이 회복 과정이 방해받는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상태에서 운동하면 DOMS가 평소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코르티솔이 단백질 분해를 촉진하고 위성세포 활성화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코르티솔 리듬 교란이 근육 회복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내용은 이 글에서 자세히 다뤘다.


4. DOMS를 줄이는 방법과 오해 — 스트레칭은 예방하지 않는다

DOMS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운동 전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면 예방된다"는 것이다. 정적 스트레칭은 유연성을 높이고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DOMS 자체를 예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현재 스포츠의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미세손상은 스트레칭 여부와 관계없이 신장성 수축이 강하게 일어나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들은 따로 있다. 운동 강도를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처음부터 고강도로 시작하면 미세손상 범위가 커지고 회복 기간도 늘어난다. 운동 후 충분한 단백질 섭취(체중 1kg당 1.6~2.2g)는 위성세포의 근섬유 수복을 빠르게 돕는다. 수면은 성장호르몬 분비가 집중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회복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냉수 요법(냉탕 또는 냉수 샤워)은 염증 반응을 일시적으로 억제해 통증을 줄여주지만, 지나치게 자주 쓰면 염증을 통한 적응 자체를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트레스와 수면이 근육 회복과 연결되는 구체적인 경로에 대해서는 이 글서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방법DOMS 예방 효과회복 촉진 효과비고
운동 전 정적 스트레칭 거의 없음 낮음 부상 예방 효과는 있음
점진적 강도 증가 높음 높음 가장 효과적인 예방
단백질 섭취 낮음 높음 1.6~2.2g/kg/일 권장
수면 (7~9시간) 중간 매우 높음 성장호르몬 분비 집중
냉수 요법 낮음 중간 과도 사용 시 적응 저해
가벼운 유산소 (액티브 리커버리) 낮음 중간 혈류 증가로 회복 보조

마무리하며

DOMS는 근육이 망가진 신호가 아니라 적응이 시작된 신호다. 통증이 불편하더라도 이 과정을 완전히 차단하려고 하면 오히려 운동 효과가 줄어든다. 다만 통증이 5~7일 이상 지속되거나 특정 부위에 집중된 날카로운 통증이라면 미세손상이 아닌 실제 손상일 가능성이 있으니 구분이 필요하다. 전반적인 묵직한 통증이면 DOMS, 움직일 때마다 날카롭게 찌르는 통증이면 진단이 필요하다. 회복이 유독 더디다면 수면과 스트레스를 먼저 점검하는 게 단백질 보충제보다 순서가 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