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스트레스가 면역세포 활성도를 낮추는 신경내분비 경로

지식정보 2026. 7. 31. 15:12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유독 감기에 잘 걸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긴장 상태가 유지되다가 일이 끝나고 나서야 몸이 탈진하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와 면역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걸 경험으로는 알면서도 왜 그런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사실이고, 그 경로도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다. 뇌가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순간부터 신경계와 내분비계가 연달아 반응하고, 그 결과가 면역세포의 수와 활성도에 직접 영향을 준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연결이 실제로는 꽤 정밀한 생리학적 경로를 통해 작동한다.

 

1. 스트레스 반응의 시작 — HPA 축과 SAM 축

뇌가 스트레스 자극을 감지하면 두 가지 경로가 동시에 작동한다. 하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 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이고, 다른 하나는 교감신경-부신수질 축(SAM axis, Sympatho-Adrenal Medullary axis)이다.

SAM 축은 빠르다. 스트레스 자극이 오면 교감신경이 즉각 활성화되어 부신 수질에서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수초 안에 분비된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혈압이 높아지며 근육으로 혈류가 집중되는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다. HPA 축은 느리다. 시상하부가 CRH(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를 분비하면 뇌하수체가 ACTH(부신피질자극호르몬)를 분비하고, 이것이 부신 피질을 자극해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이 연쇄 과정에 15~30분이 걸린다. 코르티솔이 면역 기능에 영향을 주는 핵심 물질이다.

경로관여 기관분비 물질반응 속도면역 영향
SAM 축 교감신경→부신수질 에피네프린·노르에피네프린 수초 단기 면역 일시 증가 후 감소
HPA 축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코르티솔 15~30분 면역 억제 (만성 시 지속)

2. 코르티솔이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방식 — 분자 수준의 기전

코르티솔이 면역을 억제하는 방식은 여러 경로로 동시에 작용한다.

첫째로 코르티솔은 T세포(T lymphocyte)와 B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성 면역을 담당하고, B세포는 항체를 만드는 체액성 면역을 담당한다. 코르티솔이 이 두 세포의 증식 신호를 차단하면 면역 반응의 핵심 전력이 약해진다. 둘째로 코르티솔은 NK세포(Natural Killer cell)의 활성도를 낮춘다. NK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인식하고 즉각 공격하는 선천 면역의 최전선이다. 스트레스 상태에서 NK세포 활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암세포 감시 기능이 약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셋째로 코르티솔은 사이토카인(cytokine) 생산을 억제한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들 사이의 신호 전달 물질이다. 인터루킨-2(IL-2), 인터페론-감마(IFN-γ) 같은 사이토카인 생산이 줄어들면 면역 반응의 조율 능력 자체가 약해진다.

3. 급성 스트레스와 만성 스트레스의 면역 영향은 다르다

스트레스가 면역을 항상 낮추는 것만은 아니다. 급성 스트레스와 만성 스트레스는 면역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급성 스트레스, 즉 단기간의 강한 스트레스는 초반에 오히려 면역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SAM 축이 활성화되면서 에피네프린이 분비되면 면역세포들이 혈액에서 조직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위협 상황에서 신체가 상처나 감염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진화적 반응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일시적 증가는 스트레스 자극이 사라지면 빠르게 원상 복귀한다.

만성 스트레스는 다르다. HPA 축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어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면역 억제가 누적된다. 면역세포 수가 실제로 줄어들고 기능도 저하된다. 오래 지속된 직장 스트레스, 관계 갈등, 돌봄 부담 같은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기와 같은 감염성 질환에 더 자주, 더 심하게 걸리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확인됐다. 코르티솔 리듬 자체가 교란되면 회복 기간도 길어진다. 코르티솔 리듬이 어떻게 교란되는지는 이 글에서 자세히 다뤘다.


4. 스트레스가 면역을 낮추는 것을 막는 방법

스트레스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HPA 축 과활성화를 줄이고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상태를 막는 방법은 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가장 효과가 잘 검증된 방법이다. 걷기, 달리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은 단기적으로 코르티솔을 올리지만 장기적으로는 HPA 축 반응성을 낮춰 같은 스트레스 자극에 코르티솔이 덜 분비되는 상태를 만든다. 수면이 두 번째다.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코르티솔이 높게 유지되고 NK세포 활성도가 떨어진다. 하루 7시간 미만 수면이 지속되면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감염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회적 연결도 면역에 영향을 준다. 사회적 고립 상태는 만성 스트레스와 유사한 면역 억제 효과를 낸다는 것이 정신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 분야의 일관된 연구 결과다. 걷기 운동이 면역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이 글에서 함께 읽어두면 도움이 된다.


마무리하며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낮춘다는 말은 막연한 경험담이 아니라 HPA 축, 코르티솔, T세포·NK세포 억제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생리학적 경로가 있는 이야기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몸이 탈진하는 것도, 오래된 스트레스 상황에서 유독 감기가 잦아지는 것도 이 경로에서 나온다. 스트레스 자체를 통제하기 어렵다면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상태를 막는 데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운동, 수면, 사회적 연결 이 세 가지가 신경내분비-면역 축을 안정시키는 데 가장 근거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