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근육이 줄어드는 근감소증의 생리학적 원인
40대 이후에 운동을 따로 하지 않으면 근육이 줄어든다는 건 막연하게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줄어드는 걸까. 젊을 때는 운동을 안 해도 근육이 유지됐는데 나이가 들면 왜 같은 조건에서 근육이 감소하는 걸까. 이 변화는 단순히 활동량이 줄어서가 아니다. 호르몬 분비, 단백질 합성 능력, 신경 신호 전달, 만성 염증이 동시에 변하면서 근육을 만드는 쪽보다 분해하는 쪽이 우세해지는 생리학적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상태를 근감소증(sarcopenia)이라고 부른다. 근감소증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결과처럼 보이지만 진행 속도와 정도는 생활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1. 근감소증이 시작되는 시점과 속도 — 숫자로 보면 심각하다
근감소증은 생각보다 일찍 시작된다. 근육량은 25~30세 전후로 정점에 달했다가 30대 중반부터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40대부터는 10년마다 약 8%씩, 70대 이후에는 10년마다 약 15%씩 근육량이 줄어든다. 80세가 되면 30대 최대 근육량의 절반 수준만 남는 경우도 있다.
근육량 감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근력 감소 속도다.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보다 근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50대부터 10년마다 근력이 약 15~20%씩 감소한다. 근육이 줄었을 뿐 아니라 남아 있는 근육의 질 자체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겹치면서 낙상 위험이 높아지고 일상 활동 능력이 저하된다. 대한노인병학회 기준으로 근감소증은 근육량 감소와 함께 근력 또는 신체 수행 능력 저하가 동반될 때 진단한다.
| 30대 중반 | 서서히 감소 시작 | 유지 | 거의 없음 |
| 40~50대 | 10년당 약 8% 감소 | 10년당 약 15% 감소 | 피로 증가 |
| 60~70대 | 가속 감소 | 10년당 약 20% 감소 | 낙상·골절 위험 |
| 80대 이상 | 최대치의 50% 수준 | 심각한 저하 | 일상 활동 장애 |
2. 근육 손실의 생리학적 경로 — 호르몬과 단백질 합성의 변화
근육은 단백질 합성과 분해가 균형을 이루면서 유지된다. 나이가 들면 이 균형이 분해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여러 경로가 동시에 작용한다.
가장 큰 변화는 호르몬이다. 근육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테스토스테론, 성장호르몬(GH), IGF-1(인슐린 유사 성장인자)이 나이가 들면서 분비가 줄어든다.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은 30대부터 매년 약 1~2%씩 감소한다. 성장호르몬은 수면 중 분비가 집중되는데 노화와 함께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서 분비량도 줄어든다. 이 호르몬들이 줄어들면 근섬유 합성 신호가 약해지고 단백질 합성 속도가 떨어진다.
두 번째는 단백질 합성 반응 둔화다. 젊을 때는 단백질을 섭취하면 근육 합성이 빠르게 올라가지만 나이가 들면 같은 양의 단백질에 대한 합성 반응이 둔해진다. 이를 동화 저항성(anabolic resistance)이라 한다. 70세 이상 노인이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젊은 사람보다 더 많은 단백질 섭취와 더 강한 운동 자극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3. 신경 신호 감소와 만성 염증 — 잘 알려지지 않은 두 가지 경로
근감소증을 이야기할 때 호르몬과 단백질 합성은 자주 언급되지만 신경 신호 감소와 만성 염증은 덜 알려진 편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도 근육 손실에 상당히 기여한다.
근육은 운동신경(motor neuron)의 신호를 받아야 수축한다. 하나의 운동신경이 여러 근섬유를 지배하는 운동 단위(motor unit)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이가 들면 운동신경 자체가 소실되기 시작한다. 운동신경이 사라지면 그 신경이 지배하던 근섬유들도 위축되고 소실된다. 70세 이상에서 운동 단위 수가 30~40대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해도 신경 지배를 받지 못하는 근섬유는 회복이 어렵다.
만성 저등급 염증도 근감소증을 가속시킨다. 나이가 들면서 혈중 염증성 사이토카인, 특히 인터루킨-6(IL-6)과 종양괴사인자(TNF-α)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아지는 상태가 된다. 이를 염증 노화(inflammaging)라고 부른다. 이 만성 염증이 근단백질 분해를 촉진하고 근섬유 재생을 방해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코르티솔 상승도 이 과정을 악화시킨다. 만성 스트레스와 근육 회복의 연결은 이 글에서 자세히 다뤘다.
4. 근감소증을 늦추는 방법 — 운동과 영양의 실제 기준
근감소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가장 근거가 확실한 방법이 두 가지다.
저항성 운동이 첫 번째다. 근력 운동은 근섬유 손상과 회복 과정을 통해 단백질 합성을 자극하고, 성장호르몬과 IGF-1 분비를 증가시킨다. 동화 저항성이 생긴 노인에서도 충분한 강도의 저항성 운동은 근합성을 의미 있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왔다. 주 2~3회, 주요 근육군을 자극하는 저항성 운동이 권장된다. 걷기나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도 도움이 되지만 근감소증 예방에는 저항성 운동이 핵심이다.
단백질 섭취가 두 번째다. 나이가 들면 동화 저항성 때문에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0.8g이지만 노인에서는 1.0~1.2g 이상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류신(leucine)이 풍부한 단백질이 근합성 신호를 강하게 자극한다. 육류, 유제품, 콩류가 좋은 공급원이다. 운동 후 30~60분 내에 단백질을 섭취하면 근합성 효율이 높아진다. 비타민 D 결핍도 근감소증과 연관되어 있어 결핍 상태라면 보충이 권장된다. 비타민 D가 근육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이 글에서 다뤘다.
마무리하며
근감소증은 피할 수 없는 노화가 아니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생리학적 변화다. 호르몬 감소, 동화 저항성, 신경 손실, 만성 염증이 동시에 작용하지만 저항성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이 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40대에 시작하는 것이 70대에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근육은 저축처럼 쌓아두면 나중에 쓸 수 있지만 한번 잃으면 되찾는 데 드는 노력이 처음 쌓을 때보다 몇 배 더 든다. 지금 당장 헬스장을 등록할 필요는 없다. 일주일에 두 번, 본인 체중을 이용한 스쿼트와 팔굽혀펴기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