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지식

유리컵에 뜨거운 물 부으면 깨지는 이유 — 열팽창 차이의 함정

지식정보 2026. 5. 9. 10:38

작년 겨울에 사무실에서 텀블러 대신 급하게 유리컵에 믹스커피를 타려고 뜨거운 물을 그대로 부은 적이 있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컵 바닥에 금이 가는 걸 보고 나서야 "유리컵은 예열해야 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얇은 유리컵보다 오히려 두꺼운 유리컵에서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난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된 사실이다. 원인은 유리 내부와 외부가 서로 다른 속도로 팽창하면서 생기는 열충격이다.

1. 물질은 뜨거워지면 팽창한다

대부분의 고체는 온도가 올라가면 분자 사이 거리가 멀어지면서 부피가 팽창한다. 유리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유리컵 안쪽 표면은 즉시 뜨거워져 팽창하기 시작하는데, 바깥쪽 표면은 아직 실온 그대로라 팽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 안팎의 팽창 속도 차이가 만드는 응력

안쪽이 팽창하려는 힘과 바깥쪽이 그대로 있으려는 힘이 유리 내부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응력(stress)이 발생한다. 유리는 압축되는 힘에는 비교적 강하지만 늘어나는 힘(인장력)에는 약한 재료다. 안팎의 온도차가 만드는 응력이 유리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으면 균열이 생기고, 심하면 그대로 깨진다.

내가 그날 깨뜨린 컵은 두께가 꽤 있는 편이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그게 오히려 문제였다. 얇은 유리는 열이 금방 전체로 퍼져서 온도 차이가 빨리 해소되는 반면, 두꺼운 유리는 안쪽에서 바깥쪽까지 열이 전달되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온도 차이가 더 크게, 더 오래 유지된다. "두꺼운 유리컵이 더 튼튼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3. 급격한 온도 변화가 문제라는 공통점

이런 열충격 문제는 유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만 유리는 압축과 인장에 대한 강도 차이가 유난히 커서 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재료다. 반대로 진공 상태에서 물이 끓는 온도가 낮아지는 이유에서 다뤘던 것처럼, 물 자체는 압력이나 온도 조건이 급격히 바뀌어도 상태 변화로 에너지를 흡수하며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한다. 유리와 물이 온도 변화에 반응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셈이다.

항목일반 유리내열유리(붕규산 유리)
열팽창률 높음 낮음
급격한 온도 변화 대응 취약(금 가기 쉬움) 강함
주 용도 일반 컵, 식기 오븐 용기, 실험 기구

4. 내열유리는 어떻게 다른가

내열유리는 일반 유리보다 열팽창률 자체가 훨씬 낮게 설계된 소재다. 온도가 변해도 부피가 크게 변하지 않으니 안팎의 팽창 차이도 작아져서 급격한 온도 변화에 훨씬 강하다. 실험실 유리 기구나 오븐용 유리 용기가 내열유리를 쓰는 이유가 여기 있다.

마무리하며

그 이후로는 유리컵에 뜨거운 물을 부을 때 미지근한 물을 살짝 먼저 넣어 컵을 예열하는 습관이 생겼다. 별거 아닌 습관 하나로 컵 하나를 아낄 수 있다는 걸 알고 나니 굳이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뜨거운 음료를 자주 담을 컵이라면 처음부터 내열유리 제품을 쓰는 것도 확실한 방법이다.

참고 자료: 국가기술표준원(kat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