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지식 39

수돗물에 염소를 넣는 이유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40만 명이 오염된 물로 인한 설사병으로 사망한다. 대부분 깨끗한 물 공급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 발생한다. 20세기 초 미국과 유럽에서 수돗물 염소 소독이 도입된 이후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 같은 수인성 전염병 사망자가 수십 년 만에 90% 이상 감소했다. 수돗물 염소 처리는 현대 공중보건 역사에서 백신과 함께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조치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런데 염소 냄새 때문에 수돗물을 마시기 꺼리는 사람이 많다. 냄새가 나는 게 사실이고 불쾌한 것도 사실이지만, 냄새가 독성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염소가 무엇을 하는지,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알면 판단이 달라진다.1. 염소가 세균을 죽이는 방식 — 세포막 파괴와 효소 억제염소(Cl..

과학지식 2026.07.25

냄새가 기억을 강하게 자극하는 뇌 구조적 이유

어릴 때 할머니 집 냄새를 오랜만에 맡았을 때 그 공간의 분위기, 햇빛 각도, 당시 기분까지 한꺼번에 떠오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냄새 하나가 수십 년 전 기억을 통째로 끌어올린다. 시각이나 청각으로는 이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오래된 사진을 보거나 그때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어도 냄새가 주는 것만큼 생생하고 즉각적인 기억 회상이 드물다. 이 차이는 뇌에서 감각 신호가 처리되는 경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후각 신호는 다른 감각들과 달리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으로 거의 직접 연결된다. 거치는 중계 단계가 적다는 것이 이 차이를 만든다. 1. 다른 감각들이 거치는 경로 — 시상이라는 중계소시각, 청각, 촉각, 미각 신호는 뇌에서 처리될 때 공통적으로 시상(thalamus)을 거친다. 시상은..

과학지식 2026.07.23

전기 플러그를 뽑을 때 스파크가 튀는 이유

공기는 보통 상태에서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공기 1cm당 약 30,000V 이상의 전압이 걸리면 공기 분자가 이온화되면서 전류가 흐른다. 이것이 아크 방전(arc discharge)이다. 가정용 전원은 220V인데 어떻게 플러그를 뽑는 순간 30,000V를 넘는 전압이 생길 수 있을까. 플러그가 빠지는 찰나에 전압이 수백 배로 치솟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평소 흐르던 전류가 갑자기 차단되는 순간, 전류를 유지하려는 코일과 모터의 인덕턴스 특성이 순간적으로 엄청난 역기전력을 만들어낸다. 그 에너지가 좁아지는 접촉면과 공기를 통해 방전되는 것이 스파크다. 1. 스파크가 생기는 두 가지 상황 — 저항성 부하와 유도성 부하의 차이플러그를 뽑을 때 스파크가 튀는 정도는 연결된 기기에 따라 ..

과학지식 2026.07.22

무지개가 반원 형태로만 보이는 빛의 굴절 각도 원리

무지개를 보면 항상 반원이다. 구름도 둥글고, 산도 둥글게 펼쳐져 있는데 무지개만 왜 반원일까. 태양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라면 태양처럼 원형이거나, 하늘 전체에 걸쳐 퍼져 있어야 할 것 같다. 선택지가 두 가지로 보인다. 무지개가 반원인 것은 우리 눈의 한계 때문이거나, 아니면 빛이 물방울을 통과할 때 특정 각도에서만 색이 분리되도록 물리적으로 결정되어 있거나. 답은 후자다. 무지개는 태양을 등지고 선 관찰자 기준으로 정확히 40~42도 방향에서만 나타난다. 이 각도는 빛이 물방울 안에서 굴절하고 반사되는 물리 법칙에 의해 고정되어 있다. 반원으로 보이는 건 그 각도가 관찰자를 중심으로 원뿔 모양의 면을 이루고, 지평선이 그 원뿔의 아랫부분을 잘라내기 때문이다. 1. 물방울이 프리즘이 되는 과정 — 굴절,..

과학지식 2026.07.19

번개가 같은 지점에 여러 번 떨어지는 이유

미국 기상청(NOAA)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연간 낙뢰 횟수는 약 2,500만 회에 달한다. 그런데 이 2,500만 회가 지표면에 무작위로 균등하게 분산되지 않는다.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연평균 약 20~25회 낙뢰를 맞는다. 같은 건물에, 같은 해에, 수십 번이다. 번개가 같은 곳에 두 번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속설이다. 정확히 반대다. 한번 번개를 맞은 지점은 다시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지점이 번개를 끌어당기는 전기적 조건을 지속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 번개가 만들어지는 과정 — 전하 분리와 방전의 구조번개는 구름 안에서 전하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적란운(뇌운) 안에서 얼음 결정과 물방울이 격렬하게 충돌하면 작은 얼음 입자는 양전하를 띠..

과학지식 2026.07.18

소금이 도로의 눈을 녹이는 어는점 내림 구조

어릴 때 눈이 내리면 동네 아저씨들이 도로에 하얀 가루를 뿌리는 걸 봤다. 눈이 쌓인 곳에 그 가루가 닿으면 신기하게도 눈이 슬슬 녹기 시작했다. 소금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는데, 왜 소금이 눈을 녹이는지는 한참 뒤에 배웠다. 뜨겁지도 않은 소금이 어떻게 눈을 녹이는 걸까. 직관적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소금이 열을 내는 것도 아니고, 눈 위에 뿌리기만 했을 뿐인데 얼음이 액체로 바뀐다. 이 현상의 핵심은 소금이 물에 녹으면서 물 분자의 어는 조건 자체를 바꾼다는 데 있다. 물이 0°C에서 언다는 건 순수한 물일 때의 이야기다. 소금이 녹아 들어간 물은 0°C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야 얼기 시작한다. 1. 어는점 내림이란 무엇인가 — 용질이 용매의 상변화를 방해하는 원리물이 0°C에서 어는 이유는 그 온..

과학지식 2026.07.16

비행기 안에서 귀가 먹먹해지는 기압 변화 원리

비행기가 이륙하면 기내 기압은 약 0.75기압까지 낮아진다. 해수면 기압인 1기압과 비교하면 약 25% 낮은 수치다. 이 변화는 불과 20~30분 안에 일어난다. 중이(中耳) 안쪽 공간은 이 변화를 즉각 따라가지 못한다. 바깥 기압은 빠르게 낮아졌는데 중이 안 기압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로 남아 있으면, 고막이 바깥쪽으로 밀리면서 팽팽하게 당겨진다. 이 긴장 상태가 먹먹함과 통증을 만든다. 귀가 먹먹해지는 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고막이 압력 차이를 버티고 있다는 신호다. 1. 중이와 유스타키오관 — 압력을 조절하는 통로의 구조귀는 크게 외이, 중이, 내이로 나뉜다. 외이는 귓바퀴부터 고막까지이고, 중이는 고막 안쪽의 공간으로 이소골이 있는 곳이다. 내이는 달팽이관과 반고리관이 있는 청각·평형 기관이다..

과학지식 2026.07.13

목소리가 녹음될 때 본인에게 다르게 들리는 이유

사람이 말할 때 자신의 귀에 도달하는 소리 에너지 중 약 50%는 공기를 통해 오지 않는다. 두개골과 턱뼈, 연골 등 뼈 조직을 직접 진동시켜 달팽이관에 전달되는 골전도(Bone Conduction) 방식으로 전달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경로가 전달하는 주파수 특성이 다르다는 데 있다. 뼈를 통해 오는 소리는 저주파 성분이 풍부하고, 공기를 통해 오는 소리는 고주파 성분이 상대적으로 더 잘 전달된다. 평소 자신의 목소리는 이 두 경로가 합쳐진 결과인데, 녹음된 목소리는 공기전도만 담겨 있다. 그래서 녹음을 들으면 얇고 낯선 느낌이 드는 것이다.1. 소리가 귀에 도달하는 두 가지 경로소리는 공기 분자의 압력파다. 말을 할 때 성대가 진동하면 그 진동이 공기를 타고 퍼져 나간다. 이 공기 진동이 외이도를 ..

과학지식 2026.07.11

스카이다이빙에서 낙하 속도가 일정해지는 순간의 원리

스카이다이빙 영상을 보면 이상한 장면이 나온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처음에는 빠르게 가속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속도가 더 이상 빨라지지 않는다. 중력은 계속 아래로 당기고 있는데 왜 속도가 멈추는 걸까. 가속이 멈췄다면 중력이 사라진 걸까, 아니면 다른 힘이 중력과 맞서고 있는 걸까. 둘 다 틀리지 않지만, 정확히는 후자다. 공기저항이 중력과 완전히 균형을 이루는 순간, 알짜힘이 0이 되면서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상태를 종단속도(Terminal Velocity)라고 부른다. 이 이름이 붙은 이유는 더 이상 빨라질 수 없는, 낙하의 '마지막 속도'이기 때문이다. 1. 중력은 멈추지 않는다 — 그런데 왜 가속이 멈출까물체가 낙하할 때 작용하는 힘은 두 가지다. 아래로 당기는 중력과, 낙하 방..

과학지식 2026.07.09

형광등을 끈 뒤에도 잠깐 빛이 남는 이유

형광등을 끄면 0.1초쯤 빛이 남는다. 너무 짧아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 순간이, 사실은 꽤 흥미로운 물리 현상을 담고 있다. 그 빛은 전기가 끊긴 뒤에도 나오는 것이다. 전기가 없으면 빛도 없어야 할 것 같은데, 왜 잠깐이지만 빛이 남는 걸까. 단순히 열이 남아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도 아니다. 형광등 안에 칠해진 형광체(fluorescent material)라는 물질이 에너지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인광(phosphorescence) 현상 때문이다. 야광 스티커가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원리와 같은 계열이지만, 지속 시간은 훨씬 짧다. 1. 형광등이 빛을 내는 구조 — 전기가 직접 빛을 만들지 않는다형광등이 빛을 내는 방식은 백열등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백열등은 텅스텐 필라멘트에 전류를..

과학지식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