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넣어두면 몇 시간이 지나도 내부가 시원하게 유지된다.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금방 미지근해질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온도가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이 현상의 비밀은 얼음이 녹는 동안 흡수하는 열이 온도를 올리는 데 쓰이지 않고 다른 곳에 쓰인다는 데 있다.

1. 열을 받아도 온도가 안 오르는 구간이 있다
물질에 열을 가하면 보통 온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얼음이 녹는 순간(고체에서 액체로 상태가 바뀌는 순간)에는 예외가 생긴다. 얼음에 열을 계속 가해도 얼음과 물이 함께 존재하는 동안에는 온도가 0℃에서 멈춰 있다가, 얼음이 완전히 다 녹은 뒤에야 다시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2. 잠열 — 상태를 바꾸는 데만 쓰이는 에너지
이 구간에서 공급된 열은 온도를 올리는 대신 얼음의 분자 배열을 고체(결정 구조)에서 액체(자유롭게 움직이는 구조)로 바꾸는 데 전부 쓰인다. 이렇게 상태 변화에만 쓰이는 열을 잠열(latent heat)이라고 한다. 물의 융해잠열은 1g당 약 80cal로, 같은 양의 물을 0℃에서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의 80배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얼음을 녹이는 데 소모된다.
3. 아이스박스가 오래 시원한 이유
아이스박스 안에서 얼음이 녹는 동안, 주변의 따뜻한 공기가 아이스박스 안으로 스며드는 열은 계속 얼음을 녹이는 데 소비된다. 얼음이 완전히 녹기 전까지는 이 열이 내부 공기 온도를 올리는 데 쓰이지 않기 때문에 내부는 0℃ 부근의 낮은 온도로 오랫동안 유지된다. 얼음이 다 녹고 나서야 비로소 내부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얼음이 각얼음보다 큰 덩어리일수록, 그리고 양이 많을수록 다 녹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 냉각 유지 시간도 길어진다.
마무리하며
얼음이 오래 시원함을 유지해주는 비밀은 녹는 동안 흡수하는 열이 전부 상태 변화에만 쓰이고 온도 상승에는 쓰이지 않는 잠열 덕분이다.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넣을 때 잘게 부순 얼음보다 큰 덩어리 얼음을 넣는 게 더 오래 시원함을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참고 자료: 국립기상과학원(nim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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