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헬스장에서 무리하게 운동한 다음 날, 정작 운동 당일에는 멀쩡하다가 이틀째 되는 날 계단을 못 내려갈 정도로 아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운동 직후가 아니라 하루 이틀 지나서 통증이 최고조에 달하는 이 현상을 지연성 근육통, 흔히 DOMS(Delayed Onset Muscle Soreness)라고 부른다. 왜 운동한 그날이 아니라 다음 날, 심하면 그다음 날 더 아픈 건지 그 이유를 알면 회복 계획을 세우기가 훨씬 쉬워진다.

1. DOMS는 젖산 때문이 아니다
오랫동안 "근육통은 젖산이 쌓여서 생긴다"는 설명이 퍼져 있었지만, 이는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 젖산은 운동 직후 수 시간 안에 대부분 대사되어 제거된다. DOMS가 하루 이틀 뒤에 나타나는 이유는 젖산 축적이 아니라 근섬유 자체의 미세한 손상과 그로 인한 염증 반응 때문이다.
2. 근섬유 미세 손상에서 통증까지, 시간차가 생기는 이유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쓰거나 신장성 수축(eccentric contraction, 근육이 늘어나면서 힘을 쓰는 동작)이 많은 운동을 하면 근섬유와 그 주변 결합조직에 미세한 파열이 생긴다. 이 손상 자체는 통증을 즉시 유발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손상 부위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백혈구가 모여들고, 프로스타글란딘 같은 통증 유발 물질이 분비되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통증이 운동 직후가 아니라 12~24시간 이후부터 서서히 시작해 24~72시간 사이에 정점을 찍는 패턴을 보인다.
| 근섬유 미세 손상 | 운동 중~직후 | 신장성 수축 부위에 미세 파열 발생, 통증은 아직 없음 |
| 염증 반응 시작 | 운동 후 6~12시간 | 백혈구 유입, 염증 물질 분비 시작 |
| 통증 정점 | 운동 후 24~72시간 | 근력 저하, 부종, 압통 최고조 |
| 회복 및 재생 | 운동 후 3~7일 | 근섬유 재생, 위성세포 활성화로 근육 강화 |
3. 크레아틴키나아제 수치로 보는 손상 정도
근섬유가 손상되면 세포 내부에 있던 크레아틴키나아제(CK)라는 효소가 혈액으로 새어 나온다. 운동 강도가 세거나 평소 안 쓰던 근육을 크게 사용한 경우 혈중 CK 수치가 평소보다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까지 오르기도 한다. 이 수치는 근육 손상의 간접 지표로 쓰이며, 극단적으로 높이 오르면 횡문근융해증 같은 상태와 감별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극심한 근육통과 함께 짙은 갈색 소변이 나온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4. 회복 기간, 근육군마다 다르다
DOMS 회복 기간은 손상 정도와 운동 부위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경미한 DOMS는 3일 내외, 심한 경우는 7일까지 이어진다.
| 가벼운 운동(평소 하던 강도) | 12~24시간 | 1~2일 |
| 중간 강도(오랜만의 운동) | 24~48시간 | 3~4일 |
| 고강도·신장성 수축 위주(무거운 스쿼트 등) | 48~72시간 | 5~7일 |
5. 반복 훈련 효과 — 왜 두 번째부터는 덜 아픈가
같은 운동을 반복하면 처음보다 통증이 확실히 줄어드는 걸 경험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를 반복 훈련 효과(repeated bout effect)라고 부르는데, 한 번 손상과 재생을 거친 근섬유는 이후 같은 자극에 더 잘 적응해서 손상 자체가 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근육이 강해지는 과정 자체가 이 미세 손상과 재생의 반복이라고 보면 된다.
6. DOMS를 줄이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들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혈류를 늘리는 것, 충분한 단백질 섭취,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 정도가 실질적으로 근거가 있는 방법이다. 반대로 격렬한 정적 스트레칭을 통증이 심한 상태에서 억지로 하는 것은 오히려 손상 부위를 자극할 수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폼롤러나 마사지는 혈류 개선과 심리적 이완 효과 정도로 이해하는 게 정확하다.
자주 묻는 질문
DOMS가 있어도 같은 부위 운동을 또 해도 되나요.
통증이 심한 상태에서 같은 부위를 고강도로 다시 자극하면 회복이 늦어질 수 있어 가볍게 움직이는 정도로 조절하는 게 낫다.
나이가 들수록 DOMS가 더 심해지나요.
회복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은 있지만 통증 강도 자체가 나이와 비례해서 커진다는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DOMS와 근육 손상은 클수록 근성장에 좋은가요.
통증 정도와 근성장은 비례하지 않는다. 통증이 없어도 근성장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운동 다음 날 아니 그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근육통을 겪으면서 "내가 운동을 제대로 했구나"라고 뿌듯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통증의 크기가 운동 효과의 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DOMS는 근섬유 손상과 염증 반응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일 뿐이고, 회복 기간을 존중하면서 반복하는 것이 통증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보다 훨씬 낫다. 심하게 아픈 날에는 무리하게 같은 부위를 또 자극하기보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기다리는 편을 권한다.
참고 자료: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kd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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