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지식 45

지진은 왜 예고 없이 갑자기 발생할까 — 판이 미끄러지는 순간

일기예보는 며칠 전부터 알 수 있는데 지진은 왜 전혀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지 궁금할 수 있다. 이건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진이 발생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정확한 시점 예측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1. 지구 표면은 거대한 판들로 나뉘어 있다지구의 겉껍질(지각)은 여러 개의 거대한 판(plate)으로 나뉘어 있고, 이 판들은 맨틀의 대류에 의해 매우 느린 속도(연간 몇 센티미터 수준)로 계속 움직인다. 판과 판이 맞닿는 경계에서는 서로 밀거나 미끄러지거나 부딪히는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난다.2. 마찰이 에너지를 가둔다판 경계에서 암반이 서로 미끄러지려 할 때, 마찰력이 이를 붙잡아두면서 판이 움직이려는 힘(응력)이 그 자리에 계속 쌓인다. 이 에너지 축적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

과학지식 2026.10.15

선풍기 바람은 왜 시원할까 — 온도를 낮추는 게 아니라는 사실

선풍기를 틀어놓고 방 안 온도계를 확인해보면 숫자는 전혀 안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바람을 맞으면 확실히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건 착각이 아니라, 선풍기가 공기 온도를 낮추는 게 아니라 몸에서 땀을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체감 온도를 낮추기 때문이다.1. 선풍기는 공기를 차갑게 만들지 않는다선풍기는 그냥 공기를 밀어내는 팬일 뿐이다. 실내 공기 온도 자체를 낮추는 냉각 장치가 아니라서, 방 안에 선풍기만 틀어놓고 문을 닫아두면 오히려 모터 열 때문에 실내 온도가 아주 조금 오를 수도 있다.2. 시원함의 정체 — 땀의 증발열피부에 있는 땀이 액체에서 기체로 증발할 때는 주변에서 열을 빼앗아간다(증발열). 가만히 있을 때는 피부 주변 공기가 이미 수증기로 포화되어 증발이 느리게 일어나는데, 선풍기 바람이 이 포..

과학지식 2026.09.19

에어컨 실외기는 왜 그렇게 뜨거울까 — 실내와 실외기의 관계

에어컨을 켜면 실내는 금방 시원해지는데, 베란다에 있는 실외기 근처는 오히려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이건 고장이 아니라 에어컨이 실내의 열을 실외기 쪽으로 옮겨서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1. 실내기와 실외기는 한 쌍으로 작동한다냉장고가 음식을 차갑게 유지하는 냉매 순환 원리에서 다룬 것과 같은 원리로, 에어컨 실내기는 증발기 역할을 하며 실내 공기의 열을 냉매가 흡수하게 만들고, 실외기는 응축기 역할을 하며 그 열을 밖으로 방출한다. 실내가 시원해지는 만큼 그 열이 고스란히 실외기 쪽으로 옮겨가는 구조다.2. 여름철 실외기 근처가 유난히 더운 이유를 겪어보니한여름 베란다에 실외기가 있는 집에 살면서, 그 근처는 다른 곳보다 확실히 후끈하다는 걸 체감한 적이 있다. 처음엔 실외기가 고..

과학지식 2026.09.17

냉장고는 어떻게 계속 차가움을 유지할까 — 냉매 순환의 비밀

냉장고 뒤쪽을 만져보면 의외로 뜨겁다. 안쪽은 계속 차가운데 뒤쪽은 뜨겁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건 냉장고가 안쪽의 열을 밖으로 퍼내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냉매라는 물질이 기체와 액체 상태를 오가며 이 열 이동을 담당한다.1. 냉장고는 열을 없애는 게 아니라 밖으로 옮긴다냉장고는 내부의 열을 소멸시키는 게 아니라 냉매를 통해 외부로 퍼내는 장치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게 압축기, 응축기, 팽창밸브, 증발기라는 네 가지 부품이다.2. 순환 과정 단계별 비교단계냉매 상태 변화발생하는 일압축기기체 → 고온·고압 기체냉매를 압축해 온도와 압력을 높임응축기(냉장고 뒤쪽)고온 기체 → 액체열을 방출하며 액체로 응축, 이때 뒤쪽이 뜨거워짐팽창밸브고압 액체 → 저압 액체압력을 급격히 ..

과학지식 2026.09.13

비행기는 진짜 베르누이 법칙 때문에 뜰까 — 양력의 진짜 이유

비행기가 뜨는 원리로 흔히 "날개 위쪽 공기가 아래쪽보다 빨리 흘러서 압력이 낮아지고, 그 압력 차이로 양력이 생긴다"는 베르누이 법칙 설명을 듣는다. 이 설명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실제로는 이것만으로 비행기가 뜨는 원리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1. 베르누이 법칙 설명의 한계베르누이 법칙 설명은 날개 위아래를 흐르는 공기가 날개 뒤쪽에서 동시에 만나야 한다는 전제("동시 도달 이론")를 깔고 있는데, 실제로는 날개 위쪽 공기가 아래쪽보다 훨씬 빨리 흘러 먼저 도달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확인됐다. 즉 흔히 알려진 설명의 전제 자체가 정확하지 않다.2.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 보는 양력더 정확한 설명은 날개가 공기 흐름을 아래쪽으로 밀어내는 데서 시작한다. 비행기 날개는 공기..

과학지식 2026.09.11

물 끓을 때 기포는 왜 바닥에서만 생길까 — 핵비등의 원리

냄비에 물을 올려두고 끓이기 시작하면 기포가 수면이 아니라 유독 냄비 바닥에서부터 생겨서 위로 올라온다. 물 전체가 골고루 데워지는 것 같은데 왜 기포는 특정 지점, 주로 바닥에서만 집중적으로 생기는 걸까.1. 열은 바닥에서부터 전달된다가스레인지나 인덕션의 열은 냄비 바닥을 통해 물로 전달된다. 그래서 바닥에 가까운 물이 수면 쪽 물보다 먼저, 더 높은 온도에 도달한다. 기포는 물이 끓는점에 도달한 지점에서 생기기 시작하니, 가장 먼저 온도가 오르는 바닥이 기포 발생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2. 기포는 아무 데서나 생기지 않는다 — 핵생성 지점기포가 생기려면 수증기가 모일 수 있는 미세한 시작점(핵생성 지점)이 필요하다. 냄비 바닥의 미세한 흠집이나 거친 표면은 이런 핵생성 지점 역할을 하기 좋은 조건이..

과학지식 2026.09.09

수돗물 염소 냄새 나는 이유 — 몸에 해로운 건 아닐까

수돗물을 받아놓으면 살짝 소독약 냄새가 날 때가 있다. 이 냄새 때문에 "수돗물은 뭔가 해로운 게 들어있다"는 인상을 받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정작 그 냄새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굳이 물에 화학물질을 넣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냄새는 염소 소독의 결과이고, 이 소독 과정이 없으면 수돗물은 지금보다 훨씬 위험한 물이 된다. 1. 염소를 넣지 않으면 벌어지는 일정수장에서 강물이나 저수지 물을 끌어와 침전과 여과 과정을 거치면 눈에 보이는 불순물은 대부분 제거된다. 문제는 눈에 안 보이는 것들이다. 대장균, 살모넬라, 노로바이러스 같은 병원성 미생물은 여과만으로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20세기 초 미국과 유럽 도시들이 상수도에 염소 소독을 도입하기 전까지 장티푸스와 콜레라 같은 수인..

과학지식 2026.07.25

특정 냄새만 맡으면 옛 기억 떠오르는 이유 — 후각과 뇌의 지름길

오래된 책 냄새, 어릴 적 살던 집 특유의 냄새, 할머니가 쓰시던 화장품 냄새. 이런 냄새를 우연히 맡으면 사진 한 장 보는 것보다 훨씬 생생하게 그 시절 장면과 감정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같은 기억이라도 사진이나 소리로 떠올릴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이 현상에는 후각 신경이 다른 감각과 다르게 배선된 해부학적 이유가 있다.1. 프루스트 현상 — 마들렌 한 조각이 불러온 기억이 현상은 문학에서도 유명하게 다뤄졌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에서 주인공이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셔 먹는 순간 어린 시절 기억이 통째로 되살아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이름을 딴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은 냄새나 맛이 트리거가 되어 오래된 자전적 기억이 갑자기..

과학지식 2026.07.23

콘센트 뽑을 때 파직 소리 나는 이유 — 위험한 걸까

전자레인지나 헤어드라이어 플러그를 뽑는 순간 파직 소리와 함께 작은 불꽃이 튀는 걸 본 적 있을 것이다. 이게 정상인지, 아니면 집 전기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인지 헷갈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은 정상적인 전기 현상이지만, 스파크가 유독 크거나 자주 튄다면 점검이 필요한 신호일 수도 있다.1. 스파크의 정체 — 아크 방전플러그를 뽑는 순간 전류가 흐르던 회로가 갑자기 끊어진다. 전류가 흐르고 있던 상태에서 접점이 떨어지면, 그 짧은 틈 사이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이온화되면서 전류가 공기 중으로 튀어 흐르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아크 방전(arc discharge)이라고 한다. 이때 나는 파직 소리와 작은 불빛이 바로 이 아크 방전이다.특히 모터가 들어있는 가전제품(헤어드라이어, 청소기 등)이나 히터처럼..

과학지식 2026.07.22

무지개는 사실 원 모양이다 — 반원으로만 보이는 이유

무지개는 늘 반원 모양으로 하늘에 걸려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높은 고도에서 무지개를 내려다보면 완전한 원 모양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상에서는 왜 항상 절반만 보이는 걸까. 답은 무지개가 만들어지는 각도와 우리가 서 있는 지면의 관계에 있다.1. 무지개는 42도 원뿔의 단면이다무지개는 공기 중의 물방울에 햇빛이 들어가 굴절되고, 물방울 내부에서 한 번 반사된 뒤 다시 굴절되어 나오면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빛이 꺾이는 각도는 태양-관찰자-물방울이 이루는 각도 기준으로 약 42도(빨간색)에서 40도(보라색) 사이로 고정된다.이 조건을 만족하는 물방울은 관찰자를 중심으로 원뿔 모양을 이루며 하늘 전체에 분포한다. 즉 무지개는 실제로 관찰자의 눈을 꼭짓점으로 하는 원뿔의 단면,..

과학지식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