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지식 35

번개가 같은 지점에 여러 번 떨어지는 이유

미국 기상청(NOAA)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연간 낙뢰 횟수는 약 2,500만 회에 달한다. 그런데 이 2,500만 회가 지표면에 무작위로 균등하게 분산되지 않는다.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연평균 약 20~25회 낙뢰를 맞는다. 같은 건물에, 같은 해에, 수십 번이다. 번개가 같은 곳에 두 번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속설이다. 정확히 반대다. 한번 번개를 맞은 지점은 다시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지점이 번개를 끌어당기는 전기적 조건을 지속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 번개가 만들어지는 과정 — 전하 분리와 방전의 구조번개는 구름 안에서 전하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적란운(뇌운) 안에서 얼음 결정과 물방울이 격렬하게 충돌하면 작은 얼음 입자는 양전하를 띠..

과학지식 11:35:00

소금이 도로의 눈을 녹이는 어는점 내림 구조

어릴 때 눈이 내리면 동네 아저씨들이 도로에 하얀 가루를 뿌리는 걸 봤다. 눈이 쌓인 곳에 그 가루가 닿으면 신기하게도 눈이 슬슬 녹기 시작했다. 소금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는데, 왜 소금이 눈을 녹이는지는 한참 뒤에 배웠다. 뜨겁지도 않은 소금이 어떻게 눈을 녹이는 걸까. 직관적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소금이 열을 내는 것도 아니고, 눈 위에 뿌리기만 했을 뿐인데 얼음이 액체로 바뀐다. 이 현상의 핵심은 소금이 물에 녹으면서 물 분자의 어는 조건 자체를 바꾼다는 데 있다. 물이 0°C에서 언다는 건 순수한 물일 때의 이야기다. 소금이 녹아 들어간 물은 0°C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야 얼기 시작한다. 1. 어는점 내림이란 무엇인가 — 용질이 용매의 상변화를 방해하는 원리물이 0°C에서 어는 이유는 그 온..

과학지식 2026.07.16

비행기 안에서 귀가 먹먹해지는 기압 변화 원리

비행기가 이륙하면 기내 기압은 약 0.75기압까지 낮아진다. 해수면 기압인 1기압과 비교하면 약 25% 낮은 수치다. 이 변화는 불과 20~30분 안에 일어난다. 중이(中耳) 안쪽 공간은 이 변화를 즉각 따라가지 못한다. 바깥 기압은 빠르게 낮아졌는데 중이 안 기압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로 남아 있으면, 고막이 바깥쪽으로 밀리면서 팽팽하게 당겨진다. 이 긴장 상태가 먹먹함과 통증을 만든다. 귀가 먹먹해지는 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고막이 압력 차이를 버티고 있다는 신호다. 1. 중이와 유스타키오관 — 압력을 조절하는 통로의 구조귀는 크게 외이, 중이, 내이로 나뉜다. 외이는 귓바퀴부터 고막까지이고, 중이는 고막 안쪽의 공간으로 이소골이 있는 곳이다. 내이는 달팽이관과 반고리관이 있는 청각·평형 기관이다..

과학지식 2026.07.13

목소리가 녹음될 때 본인에게 다르게 들리는 이유

사람이 말할 때 자신의 귀에 도달하는 소리 에너지 중 약 50%는 공기를 통해 오지 않는다. 두개골과 턱뼈, 연골 등 뼈 조직을 직접 진동시켜 달팽이관에 전달되는 골전도(Bone Conduction) 방식으로 전달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경로가 전달하는 주파수 특성이 다르다는 데 있다. 뼈를 통해 오는 소리는 저주파 성분이 풍부하고, 공기를 통해 오는 소리는 고주파 성분이 상대적으로 더 잘 전달된다. 평소 자신의 목소리는 이 두 경로가 합쳐진 결과인데, 녹음된 목소리는 공기전도만 담겨 있다. 그래서 녹음을 들으면 얇고 낯선 느낌이 드는 것이다.1. 소리가 귀에 도달하는 두 가지 경로소리는 공기 분자의 압력파다. 말을 할 때 성대가 진동하면 그 진동이 공기를 타고 퍼져 나간다. 이 공기 진동이 외이도를 ..

과학지식 2026.07.11

스카이다이빙에서 낙하 속도가 일정해지는 순간의 원리

스카이다이빙 영상을 보면 이상한 장면이 나온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처음에는 빠르게 가속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속도가 더 이상 빨라지지 않는다. 중력은 계속 아래로 당기고 있는데 왜 속도가 멈추는 걸까. 가속이 멈췄다면 중력이 사라진 걸까, 아니면 다른 힘이 중력과 맞서고 있는 걸까. 둘 다 틀리지 않지만, 정확히는 후자다. 공기저항이 중력과 완전히 균형을 이루는 순간, 알짜힘이 0이 되면서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상태를 종단속도(Terminal Velocity)라고 부른다. 이 이름이 붙은 이유는 더 이상 빨라질 수 없는, 낙하의 '마지막 속도'이기 때문이다. 1. 중력은 멈추지 않는다 — 그런데 왜 가속이 멈출까물체가 낙하할 때 작용하는 힘은 두 가지다. 아래로 당기는 중력과, 낙하 방..

과학지식 2026.07.09

형광등을 끈 뒤에도 잠깐 빛이 남는 이유

형광등을 끄면 0.1초쯤 빛이 남는다. 너무 짧아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 순간이, 사실은 꽤 흥미로운 물리 현상을 담고 있다. 그 빛은 전기가 끊긴 뒤에도 나오는 것이다. 전기가 없으면 빛도 없어야 할 것 같은데, 왜 잠깐이지만 빛이 남는 걸까. 단순히 열이 남아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도 아니다. 형광등 안에 칠해진 형광체(fluorescent material)라는 물질이 에너지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인광(phosphorescence) 현상 때문이다. 야광 스티커가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원리와 같은 계열이지만, 지속 시간은 훨씬 짧다. 1. 형광등이 빛을 내는 구조 — 전기가 직접 빛을 만들지 않는다형광등이 빛을 내는 방식은 백열등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백열등은 텅스텐 필라멘트에 전류를..

과학지식 2026.07.06

색이 다른 물체가 열을 흡수하는 정도가 다른 이유

여름에 검은 옷을 입으면 왜 더 더울까. 단순히 색이 어두워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확한 답은 빛의 반사와 흡수에 있다. 물체의 색깔은 그 물체가 어떤 파장의 빛을 반사하느냐가 결정한다. 반사하지 않은 파장의 빛은 흡수되고, 흡수된 빛 에너지는 열로 전환된다. 검은색이 더 뜨거워지는 이유는 가시광선 대부분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 열 흡수는 가시광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태양 에너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적외선 영역까지 포함해서 봐야 실제 열 흡수율이 제대로 보인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눈에 보이는 색깔과 실제 열 흡수량이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예상 밖의 사실이 나온다.1. 색깔은 반사의 결과다 — 흡수와 반사의 물리적 구조물체가 색깔을 갖는 이유는 ..

과학지식 2026.05.26

진공 상태에서 물이 끓는 온도가 낮아지는 이유

진공 상태에서 물이 끓는 온도가 낮아지는 이유 해수면에서 물은 100°C에 끓는다. 그런데 해발 5,364m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는 약 83°C에 끓고, 해발 8,849m 정상에서는 약 70°C에서 끓는다. 100°C보다 30°C나 낮은 온도다. 진공에 가까운 환경으로 가면 더 극단적이다. 대기압이 사람의 혈압 수준(약 0.063기압)까지 낮아지면 물은 37°C, 즉 체온에서도 끓기 시작한다. 물을 끓이려면 충분히 가열해야 한다는 상식은 이 수치들 앞에서 절반만 맞는 이야기가 된다.끓는점은 고정된 물성이 아니다. 주변 압력에 따라 변하는 값이다. 물이 100°C에 끓는 것은 해수면에서 1기압이라는 조건이 전제됐을 때의 이야기다. 대기압이 낮아지면 끓는점도 함께 낮아지고, 대기압이 높아지면 끓는점도 ..

과학지식 2026.05.25

얼음이 천천히 녹을 때 주변 온도가 유지되는 이유

음료에 얼음을 넣으면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시원함이 오래 유지된다는 사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얼음은 분명 실온보다 차갑고, 음료와 얼음의 온도 차이만큼 열이 이동하면 금세 온도가 올라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왜 얼음이 절반 녹았을 때도, 거의 다 녹았을 때도 음료는 여전히 차갑게 유지될까. 얼음이 주는 냉기가 그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답은 **잠열(latent heat, 숨은열)**이라는 개념에 있다. 물질이 고체에서 액체로, 또는 액체에서 기체로 상태를 바꿀 때, 온도는 변하지 않은 채로 상당한 양의 열에너지를 흡수하는 현상이다. 얼음이 녹는 동안 주변에서 열을 흡수하지만 그 에너지가 온도를 높이는 데가 아니라 얼음의 구조를 바꾸는 데 소비된다. 온..

과학지식 2026.05.23

자석이 특정 금속에만 반응하는 전자 구조

어릴 때 자석을 들고 집 안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에 붙여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철로 된 것에는 딱 붙었는데 알루미늄 냄비에는 미끄러지고, 동전에도 반응이 없었다. 모두 금속인데 왜 어떤 것에는 붙고 어떤 것에는 안 붙는지 그때는 그냥 신기하게만 여겼다. 그 차이가 금속 표면의 문제가 아니라 원자 하나하나의 전자 배열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성은 전자의 스핀이라는 특성에서 시작되고, 그 스핀이 얼마나 많이, 얼마나 질서 있게 정렬돼 있느냐가 자석에 반응하는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1. 자성의 출발점 — 전자 스핀과 자기 모멘트자성의 근원은 전자다. 전자는 전하를 띤 입자이면서 스핀(spin)이라는 고유한 각운동량을 갖는다. 스핀은 위(↑) 또는 아래(↓) 두 방향 중 하나로만 존재하며..

과학지식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