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지식 45

벼락은 같은 곳에 두 번 안 친다는 말, 사실일까

"번개는 같은 곳에 두 번 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위로가 되는 말이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연평균 약 23회, 많으면 100회 가까이 벼락을 맞는다는 관측 기록이 있다. 같은 곳에 반복해서 떨어지는 이유는 우연이 아니라 번개가 발생하는 물리적 조건과 정확히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1. 번개는 전기장이 가장 강한 지점을 찾아간다번개는 구름과 지면 사이에 전위차가 쌓였을 때 그 차이를 해소하는 방전 현상이다. 방전은 전기장이 가장 강하게 집중되는 지점, 즉 저항이 가장 낮은 경로를 따라 발생한다. 뾰족하고 높은 지형이나 구조물은 전하가 집중되기 쉬운 조건을 만든다. 피뢰침의 원리도 여기서 나온다. 건물보다 더 높고 뾰족한 금속 막대를 세워 번개가 그쪽으로 흐르도..

과학지식 2026.07.18

눈 오면 도로에 소금 뿌리는 이유 — 얼마나 효과 있을까

눈이 온 다음 날 도로 위에 하얀 가루가 뿌려져 있는 걸 본 적 있을 것이다. 소금을 뿌리면 눈이 녹는다는 건 다들 알지만 정확히 왜 녹는지, 온도가 얼마나 낮아지면 이 방법이 안 통하는지는 잘 모른다. 이 원리를 알면 왜 유독 추운 날 도로가 미끄러운 채로 남아있는지도 이해가 된다.1. 순수한 물의 어는점이 낮아지는 원리물은 0℃에서 언다. 그런데 물에 소금(염화나트륨)이 녹아 들어가면 물 분자가 얼음 결정으로 배열되는 것을 소금 이온이 방해한다. 그 결과 물이 얼려면 0℃보다 더 낮은 온도가 필요해진다. 이를 어는점 내림(freezing point depression)이라고 하며, 녹아든 소금의 농도가 높을수록 어는점은 더 낮아진다.염화나트륨을 물에 최대로 녹였을 때 어는점은 이론상 약 영하 21℃까..

과학지식 2026.07.16

비행기 탈 때 귀 먹먹한 거 어떻게 해결할까 — 기압과 귀의 구조

비행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마다 귀가 먹먹해지고 소리가 웅웅 울리는 경험을 한다. 하품을 하거나 침을 삼키면 좀 나아지긴 하는데 왜 그런 건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몇 년 전 장거리 비행에서 유독 심하게 귀가 아팠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원리를 제대로 알고 나서부터는 미리 대비하게 됐다.1. 고막 안쪽과 바깥쪽의 압력 차이귀 안쪽에는 고막을 사이에 두고 바깥쪽 공간(외이도)과 안쪽 공간(중이)이 나뉘어 있다. 중이는 밀폐된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관(유스타키오관)이라는 좁은 관을 통해 목 뒤쪽 코인두와 연결돼 있다. 평소에는 이 이관을 통해 중이 내부 압력이 외부 대기압과 같게 유지된다.문제는 비행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고도가 빠르게 바뀌면서 외부 기압이 급격히 변한다는 점이다. 중이..

과학지식 2026.07.13

내 녹음 목소리 왜 이렇게 어색할까 — 골전도와 공기전도의 차이

친구와의 통화 녹음이나 영상 속 내 목소리를 들으면 "이게 진짜 내 목소리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다 똑같이 들린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만 이상하다고 느낀다. 이건 착각이 아니라 목소리가 뇌에 전달되는 경로 자체가 평소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1. 평소에는 두 가지 경로로 목소리를 듣는다말을 할 때 우리는 목소리를 두 가지 경로로 동시에 듣는다. 하나는 입에서 나온 소리가 공기를 통해 귀로 들어오는 공기전도(air conduction)다. 다른 사람이 내 목소리를 들을 때 쓰는 경로와 같다. 다른 하나는 성대의 진동이 두개골과 턱뼈를 타고 곧바로 내이(달팽이관)로 전달되는 골전도(bone conduction)다. 이 경로는 본인만 사용할 수 있다.2. 골전도가 저음을 ..

과학지식 2026.07.11

스카이다이빙 하면 계속 빨라지지 않는 이유 — 종단속도의 과학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중력 때문에 계속 가속이 붙어서 땅에 닿을 때쯤에는 엄청난 속도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스카이다이버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빨라지지 않고 거의 일정한 속도로 떨어진다고 말한다. 중력은 계속 작용하는데 왜 속도는 더 이상 늘지 않는 걸까.1. 진공이라면 계속 빨라지겠지만 공기는 다르다진공 상태에서 물체가 떨어진다면 중력가속도(약 9.8m/s²)만 작용해서 속도가 시간에 비례해 계속 늘어난다. 하지만 지구 대기 안에서는 낙하하는 물체에 공기저항이라는 반대 방향 힘이 함께 작용한다. 공기저항의 크기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서 커진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 저항력도 급격히 커진다는 뜻이다.2. 중력과 공기저항이 같아지는 순간 — 종단속도낙하 초반에는 속도가 느려서 공기저항이 작고, ..

과학지식 2026.07.09

형광등 끄면 잠깐 빛나다 꺼지는 이유 — 잔광의 정체

형광등 스위치를 딱 끄는 순간,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아주 짧게 은은한 빛이 남아있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순간적인 착시인가 싶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형광등 내부의 형광체가 빛을 저장했다가 서서히 방출하는 성질 때문에 생기는 잔광이다.1. 형광등이 빛나는 기본 원리형광등 내부에는 수은 증기가 들어있다. 전류가 흐르면 수은 원자가 자외선을 방출하는데, 자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자외선이 형광등 유리관 안쪽에 코팅된 형광체(phosphor)에 부딪히면 형광체가 그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가시광선으로 바꿔 방출한다. 우리가 보는 하얀 빛은 사실 이 형광체가 만들어낸 빛이다.2. 형광체가 에너지를 즉시 다 내놓지 않는다형광체는 흡수한 에너지를 100% 즉시 방출하지 않는다. 일부 에너지는 형..

과학지식 2026.07.06

여름에 검은 옷 입으면 더 더운 이유 — 색과 열 흡수의 과학

여름에 검은 옷을 입으면 유난히 덥고 흰 옷을 입으면 상대적으로 덜 덥다는 건 경험적으로 다들 안다. 그런데 왜 색깔에 따라 체감 온도까지 달라지는지 원리를 설명하라고 하면 막상 말문이 막힌다. 답은 물체 표면이 빛을 흡수하느냐 반사하느냐에 있고, 이건 단순히 옷 색깔뿐 아니라 자동차, 지붕, 도로 포장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리다.1.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고 흰색은 반사한다햇빛은 여러 파장의 가시광선이 섞인 빛이다. 물체가 특정 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 색의 파장만 반사하고 나머지 파장은 흡수하기 때문이다. 검은색 표면은 거의 모든 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빛이 거의 없어서 검게 보인다. 반대로 흰색 표면은 대부분의 파장을 반사해서 흰색으로 보인다.흡수된 빛 에너지는 물체 표면에서 열에너지로 전환된..

과학지식 2026.05.26

높은 산에서 밥이 잘 안 되는 이유 — 기압과 끓는점의 관계

높은 산에 올라가서 밥을 지으면 밥이 설익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은 100℃에서 끓는다고 배웠는데, 고도가 높아지면 이 상식이 깨진다. 실제로는 기압이 낮아질수록 물의 끓는점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이고, 이 원리를 거꾸로 이용하면 진공 상태에서는 상온에서도 물을 끓일 수 있다.1. 끓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물이 끓는다는 건 액체 내부에서 수증기 기포가 생겨 표면으로 올라오는 현상이다. 이 기포가 만들어지려면 물 내부의 증기압이 주변 대기압과 같아져야 한다. 100℃라는 숫자는 해수면 기준 1기압일 때만 성립하는 값이다. 기압이 달라지면 물이 끓는 온도도 함께 달라진다.2.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압이 낮아지고 끓는점도 낮아진다고도가 올라갈수록 공기가 희박해져 대기압이 낮아진다. 대기압이 낮..

과학지식 2026.05.25

아이스박스에 얼음 넣으면 왜 오래 시원할까 — 잠열의 과학

여름철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넣어두면 몇 시간이 지나도 내부가 시원하게 유지된다.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금방 미지근해질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온도가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이 현상의 비밀은 얼음이 녹는 동안 흡수하는 열이 온도를 올리는 데 쓰이지 않고 다른 곳에 쓰인다는 데 있다.1. 열을 받아도 온도가 안 오르는 구간이 있다물질에 열을 가하면 보통 온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얼음이 녹는 순간(고체에서 액체로 상태가 바뀌는 순간)에는 예외가 생긴다. 얼음에 열을 계속 가해도 얼음과 물이 함께 존재하는 동안에는 온도가 0℃에서 멈춰 있다가, 얼음이 완전히 다 녹은 뒤에야 다시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한다.2. 잠열 — 상태를 바꾸는 데만 쓰이는 에너지이 구간에서 공급된 열은 온도를 올리는 대..

과학지식 2026.05.23

자석이 철에는 붙고 구리에는 안 붙는 이유 — 전자 스핀의 차이

어릴 때 자석을 들고 집 안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에 붙여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철로 된 것에는 딱 붙었는데 알루미늄 냄비에는 미끄러지고, 동전에도 반응이 없었다. 모두 금속인데 왜 어떤 것에는 붙고 어떤 것에는 안 붙는지 그때는 그냥 신기하게만 여겼다. 그 차이가 금속 표면의 문제가 아니라 원자 하나하나의 전자 배열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성은 전자의 스핀이라는 특성에서 시작되고, 그 스핀이 얼마나 많이, 얼마나 질서 있게 정렬돼 있느냐가 자석에 반응하는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1. 자성의 출발점 — 전자 스핀과 자기 모멘트자성의 근원은 전자다. 전자는 전하를 띤 입자이면서 스핀(spin)이라는 고유한 각운동량을 갖는다. 스핀은 위(↑) 또는 아래(↓) 두 방향 중 하나로만 존재하며..

과학지식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