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37

간헐적 단식이 세포 자가포식(오토파지)에 미치는 영향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오토파지(autophagy) 메커니즘을 규명한 일본 과학자 요시노리 오스미(大隅良典)에게 돌아갔다. 오토파지라는 단어 자체는 1960년대부터 쓰였지만 그 분자 수준의 작동 기전이 밝혀진 건 1990년대 이후의 일이다. 노벨상 수상 이후 오토파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간헐적 단식과 연결되면서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단식을 시작하고 약 12~16시간이 지나면 혈중 인슐린과 mTOR 신호가 억제되면서 오토파지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세포가 스스로를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이 과정이 노화, 암,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결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단식의 의미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서게 됐다. 1. 오토파지란 무엇인가 — 세포 안의 재활용 시스템오..

생활건강 2026.08.06

구강 건강이 심혈관 질환 위험과 연결되는 생물학적 경로

치과 치료를 미루는 이유는 대부분 두 가지다. 아프지 않아서, 혹은 바빠서. 잇몸에서 피가 가끔 나도 양치 방법의 문제거나 일시적인 것이라 넘기기 쉽다. 그런데 이 선택이 심장 건강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치주 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약 20~50%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 경로도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잇몸 세균이 혈액으로 침투하고, 혈관 벽에 염증을 일으키고, 죽상동맥경화를 촉진하는 경로다. 입 안의 일이 심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 1. 잇몸이 혈관으로 통하는 이유 — 치주 조직의 해부학적 구조잇몸은 혈관이 풍부한 조직이다. 치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치주 인대와 치조골..

생활건강 2026.08.05

자고 일어났을 때 허리가 아픈 이유와 척추 구조의 관계

아침에 일어나서 허리가 뻐근하고 아픈 경험은 꽤 흔하다. 자고 일어났는데 왜 허리가 아플까. 잠을 자는 동안 허리를 무리하게 쓴 것도 아닌데 일어날 때 가장 불편하고, 활동을 시작하면 점차 나아지는 패턴이다. 이 현상은 수면 중 척추 디스크에 수분이 차오르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낮 동안 체중을 지지하며 압박을 받은 디스크는 수분을 잃고 납작해지지만, 누워서 자는 동안 압박이 줄어들면서 수분을 다시 흡수해 부피가 늘어난다. 이 과정이 척추 주변 조직에 긴장을 만들고 아침 허리 통증을 유발한다. 단순히 잘못 잔 것이 아니라 척추가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리학적 현상이다. 1. 척추 디스크의 구조 — 수분을 머금고 내보내는 구조체척추는 33개의 척추뼈(vertebra)가 세로로 쌓인 구조다...

생활건강 2026.08.02

스트레스가 면역세포 활성도를 낮추는 신경내분비 경로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유독 감기에 잘 걸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긴장 상태가 유지되다가 일이 끝나고 나서야 몸이 탈진하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와 면역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걸 경험으로는 알면서도 왜 그런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사실이고, 그 경로도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다. 뇌가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순간부터 신경계와 내분비계가 연달아 반응하고, 그 결과가 면역세포의 수와 활성도에 직접 영향을 준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연결이 실제로는 꽤 정밀한 생리학적 경로를 통해 작동한다. 1. 스트레스 반응의 시작 — HPA 축과 SAM 축뇌가 스트레스 자극을 감지하면 두 가지 경로가 동시에 작동한다. 하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

생활건강 2026.07.31

걷기 운동이 30분 이상 지속될 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

걷기는 운동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숨이 차지도 않고 땀도 별로 안 나니까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생각이 틀렸다는 건 수십 년간의 역학 연구로 거듭 확인됐다.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걷는 것이 제2형 당뇨 위험을 약 30% 낮추고,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을 약 35% 감소시킨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있다. 문제는 30분이 하나의 기준이 되는 이유를 모른다는 점이다. 10분 걷기와 30분 걷기는 단순히 시간 차이가 아니다. 30분을 넘기는 순간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학적 변화가 질적으로 달라진다. 에너지 공급원이 바뀌고, 호르몬이 분비되고, 혈당 조절 기전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1. 0~10분 — 몸이 준비하는 구간걷기 시작 직후 몸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준비 단계를 ..

생활건강 2026.07.30

식후 졸음이 오는 이유와 혈당 변화의 관계

점심을 먹으면 졸린 이유가 음식이 소화될 때 혈액이 위장으로 몰려 뇌로 가는 혈액이 줄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이 아니다. 인체는 어느 한 곳에 혈액이 집중되더라도 뇌 혈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자동 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다. 뇌 혈류가 식사 때문에 실제로 줄어드는 일은 거의 없다. 식후 졸음의 진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내려가는 과정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그리고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신경전달물질 오렉신(Orexin)이 억제되는 것이 실제 기전이다. 뇌로 가는 혈액이 줄어서가 아니라 뇌 안의 화학 신호가 바뀌는 것이다. 1. 혈당이 오르고 내리는 과정 — 인슐린과 졸음의 연결탄수화물을 먹으면 소화 과정에서 포도당이 혈액으로 흡수되며 혈당이 오른다. 췌장이..

생활건강 2026.07.29

탈수 상태가 지속될 때 뇌 기능이 저하되는 생리학적 경로

오후가 되면 집중력이 갑자기 떨어지고 머리가 멍한 느낌이 드는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커피를 마셔도 해결이 안 되고, 잠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사고가 느려진다. 이 상태가 탈수 때문일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뇌는 체중의 약 2%를 차지하지만 전체 혈류의 약 15~20%를 소비한다. 뇌 조직 자체의 약 75~8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체중의 1~2%에 해당하는 수분만 빠져나가도 인지 기능이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체중 70kg인 사람이라면 700mL~1,400mL, 즉 물 한 컵 반에서 두 컵 반 정도의 수분 부족이 뇌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1. 뇌가 수분에 민감한 이유 — 혈액 점도와 뇌혈류의 관계탈수가 진행되면 혈..

생활건강 2026.07.27

수돗물에 염소를 넣는 이유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40만 명이 오염된 물로 인한 설사병으로 사망한다. 대부분 깨끗한 물 공급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 발생한다. 20세기 초 미국과 유럽에서 수돗물 염소 소독이 도입된 이후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 같은 수인성 전염병 사망자가 수십 년 만에 90% 이상 감소했다. 수돗물 염소 처리는 현대 공중보건 역사에서 백신과 함께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조치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런데 염소 냄새 때문에 수돗물을 마시기 꺼리는 사람이 많다. 냄새가 나는 게 사실이고 불쾌한 것도 사실이지만, 냄새가 독성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염소가 무엇을 하는지,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알면 판단이 달라진다.1. 염소가 세균을 죽이는 방식 — 세포막 파괴와 효소 억제염소(Cl..

과학지식 2026.07.25

냄새가 기억을 강하게 자극하는 뇌 구조적 이유

어릴 때 할머니 집 냄새를 오랜만에 맡았을 때 그 공간의 분위기, 햇빛 각도, 당시 기분까지 한꺼번에 떠오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냄새 하나가 수십 년 전 기억을 통째로 끌어올린다. 시각이나 청각으로는 이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오래된 사진을 보거나 그때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어도 냄새가 주는 것만큼 생생하고 즉각적인 기억 회상이 드물다. 이 차이는 뇌에서 감각 신호가 처리되는 경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후각 신호는 다른 감각들과 달리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으로 거의 직접 연결된다. 거치는 중계 단계가 적다는 것이 이 차이를 만든다. 1. 다른 감각들이 거치는 경로 — 시상이라는 중계소시각, 청각, 촉각, 미각 신호는 뇌에서 처리될 때 공통적으로 시상(thalamus)을 거친다. 시상은..

과학지식 2026.07.23

전기 플러그를 뽑을 때 스파크가 튀는 이유

공기는 보통 상태에서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공기 1cm당 약 30,000V 이상의 전압이 걸리면 공기 분자가 이온화되면서 전류가 흐른다. 이것이 아크 방전(arc discharge)이다. 가정용 전원은 220V인데 어떻게 플러그를 뽑는 순간 30,000V를 넘는 전압이 생길 수 있을까. 플러그가 빠지는 찰나에 전압이 수백 배로 치솟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평소 흐르던 전류가 갑자기 차단되는 순간, 전류를 유지하려는 코일과 모터의 인덕턴스 특성이 순간적으로 엄청난 역기전력을 만들어낸다. 그 에너지가 좁아지는 접촉면과 공기를 통해 방전되는 것이 스파크다. 1. 스파크가 생기는 두 가지 상황 — 저항성 부하와 유도성 부하의 차이플러그를 뽑을 때 스파크가 튀는 정도는 연결된 기기에 따라 ..

과학지식 2026.07.22